자문자답
- 직접 구매해서 소장하고 싶나요?
5점만점에 3점
- 어떻게 이 책을 읽게 됐나요?
지인에게 빌림
독후감은 처음 써 보네요!오늘 말씀드릴 책은 전홍진님께서 쓰신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입니다.
2020년 8월 쯤 읽었으니까, 꼬박 1년이(…) 됐습니다.
제가 게을러서 메모장에 묵혀뒀다가, 먼지를 털고 오늘 비로소 내용을 완성했습니다.
그럼 이제 책을 읽고 제가 느낀 것들을 말씀드릴게요.
나는 고슴도치로 산다
누구나 예민해질 수 있어요.
숨기고 싶은 치부를 남이 선을 넘어 건드리거나,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을 당했을 때 우리는 예민해집니다.
치부나 참을 수 없는 것의 세부적 사항은 사람마다 완전히 다릅니다. 애석하게도 우리의 삶은 카테고리의 상단에 위치하지 못합니다. 이벤트들의 중요한 특징만 쏙쏙 뽑아서 느끼고 싶지만, 모두의 삶은 공백과 되돌림이 없어요. 때문에 각자의 삶을 온전히 견뎌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극도로 구체적이고 생생한 최말단 항목들 사이에서 허우적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남이 예민한 모습을 보이면 상식선에서는 인정할 수 있지만 가슴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아주 구체적인 상황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전 자동차와 드라이브를 좋아하니까, 이걸 예로 들어볼게요.
여유로운 토요일 저녁, 한적한 마음으로 여친과 드라이브를 나섰습니다. 오늘은 강원도 방향으로 영동고속도로를 탔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평소보다 주행 흐름이 답답합니다. 분명 차가 많은 것은 아닌데, 왠지 시속 80에서 90 정도만 오가고 있습니다.
이 때 눈에 띈 장면. 1차로 맨 앞에는 은색 쌍용 픽업트럭이, 2차로에는 하늘색 경차가 길막을 시전하는 것 아니겠어요? 시속 90으로 1차로와 2차로에서 두 차량이 나란히 가고 있었어요..
추월하고 싶은 차들은 우측추월을 해 대고, 몇몇은 어쩔 수 없이 픽업트럭과 경차가 서로 빗겨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투덜투덜대며 블랙박스의 수동녹화 버튼을 누릅니다. 픽업트럭이라도 신고하게요.
이 때 제 모습을 보던 여친이 쏘아붙입니다. “뭘 저런거 가지고 그래? 너 의외다. 평소엔 예의바르면서 이런건 이해 못하네?”
– 그 때 저는 생각합니다.
‘나한텐 이 상황이 ‘저런게’ 아니라고. 니가 뭔데 나를 그렇게 쉽게 재단해?’– 하지만 저는 말합니다.
“아, 놀랐어? 미안해.”
제가 왜 이런 요상하고 구체적인(하지만 자주 있는) 상황을 예로 들었는지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혹시 읽으면서 느끼셨을지 모르겠는데요, 실제로 저는 이 상황을 참을 수 없습니다. ‘위 두 차량의 행동은 도로의 흐름을 방해하고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라는 나름의 세련된 이유까지 가지고 있어요.
어떠셨나요? 날카롭고 따갑게 느껴지진 않았나요?
제가 이번에 읽은 책,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의 표지는 고슴도치 한 마리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고슴도치는 자기 기분에 따라서 털을 세우기도 하고 얌전히 가라앉히기도 해요. 만약 누군가, 자신의 치부나 참을 수 없는 것을 툭툭 건드리면 우리는 반응을 합니다. 이 반응은 참기도 어렵고 왠지 멈추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예민한 가시를 세우는 것이 버릇이 돼면 남들은 결국 고슴도치를 품에 안는 것을 포기하고 맙니다.
나만 이런걸까요?
문제가 있는걸까요?
그럼, 남들은 그렇게 대범하고 무던한 것일까요?
그래서 예민함은 숨겨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제 모습을 보고 있었어요.
나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만 문제가 있다’ 라는 생각, 이것은 예민한 사람들이 흔히 빠질 수 있는 오류입니다. 만약 자신만 문제가 있었으면 이런 책이 출판될수 조차 없었을 거에요!
저자 전홍진님은 국내 유명 대형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그는 일터에서 셀 수 없는 환자를 봐 왔습니다. 좋든 싫든 환자들의 삽화 하나하나는 저자의 머릿속에 데이터베이스로 저장되어 있을 것입니다. 책 속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이렇게나 다양한 사례가 있어요. 한번 어울리고 잘 맞는 것으로 골라보시겠어요?’ 라고 친절하게 말이지요.
책에서 소개되는 각 사례는 호흡이 짧습니다. 사례의 주인공들 대부분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만큼 친근하게 느껴지고, 일상 속의 사례들이 나열되어 있어서 읽기 편합니다. 더불어 우리가 이름을 알 법한 저명하고 능력있는 사람들의 일화도 소개됩니다. 이런 일화를 읽어보면 안심이 되기도 하고, 용기가 생기기도 합니다.
다만 사례에 적힌 모든 사람들의 삶을 우리가 대신 살아볼 수는 없어요! 따라서 모든 사례를 100% 이해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책을 읽어야 합니다. 각자가 처한 삶의 흐름과 온도는 다르기 때문이지요.
예민함을 인정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진짜에요. 말로만 “인정합니다 땅땅땅”한다고 되는게 아니에요! 떠올려 볼까요, ‘여러분은 예민하신가요?’ 라는 간단한 설문이 구글 접속시에 대문짝만하게 팝업으로 열리는 겁니다.
많은 이가 ‘아니오’에 체크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솔직히 예민함을 인정하기 싫습니다. 조금 싫은 게 아니라 몸서리쳐질 정도로 싫습니다.
제가 여기서 방점을 찍은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 왜 예민함을 인정하는 것이 싫은가?
– 그럼에도 왜 예민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나?
스스로 내린 답은 간단했습니다.
1. 남에게 미움받을까봐 예민함을 인정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2. 그렇지만 살아 내기 위해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예민함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자여, 그 힘을 어떻게 쓸 것인가?
댐에 가 본적 있으세요?
소양강댐은 춘천의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버스를 타고 올라가면 어마어마한 크기의 호수에 도달하지요. 물은 잔잔하고 하늘은 맑은데다가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오는 호숫가, 지상낙원이 따로 없어요!(안 가보신 분들은 꼭 한번 가보세요!)
그래서 저는 그 장면이 잊혀질때 쯤 해서 춘천을 다시 찾곤 합니다. 소양강댐에 저장된 엄청난 양의 물을 이용해서 수도권에 물을 공급하고, 거대한 수차 두 개를 돌려서 48만명이 1년간 쓸 수 있는 양의 전력을 매년 공급합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하지만 잔잔하게 모여 있는 물이라고 해서 얕잡아 보면 큰일입니다. 장마와 태풍이 잘못 지나가면 물은 댐의 목까지 차오르고, 결국 댐은 수문을 개방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 그러면 물이 범람하고 댐이 무너질 수도 있거든요. 이 때 하류는 난리가 납니다.
왠지 한강철교에서 내려다보이는 수면이 오늘따라 지하철에 가까워진 것 같고, 잠수교는 이름대로 물 아래로 꼬르륵, 중랑천은 버티다 못해 넘쳐 흐르는 것도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요.
이처럼 강력한 힘은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합니다. 저는 예민함이 이처럼 강력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우리는 이 힘에 압도당하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예민해졌을 때, 날서고 격한 반응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면 천만다행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는 ‘예민한 것은 나쁜 것, 부정적인 것이야’ 라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달리는 기차의 방향을 한 순간에 정 반대로 돌릴 순 없습니다. 토르가 묠니르로 홈런을 날리면 모를까.. 다만 분명한 것은, 그보다 덜한 노력을 들이더라도 무거운 기차의 방향을 조금이나마 돌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선로의 뱡향이 조금 달라지고, 종국엔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게 됩니다. 즉, 힘은 어디로 향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지요.
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막대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자신의 예민함을 긍정적으로 발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고, 이것은 남이 제안해 줄 수는 있어도 찾아주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수많은 사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상황과 취향에 알맞은 사례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혹시 저랑 비슷하게 예민하신 분들.. 그런데 예민함으로 인해 고민이 있으신 분들께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요태까지 그래와꼬 아패로도 계속.. ‘예민함’이라는 단어에서 부정적인 뉘앙스를 없애긴 힘들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렇게 예민하세요?”라는 가시 돋친 한 마디는 수많은 뜻을 담고 있거든요.
속뜻을 좀 풀어 써 보면,
‘나는 대범해서 이정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너는 왜 이렇게 쫌생이같이 굴어?’ 정도의 의미인 것 같습니다.
재밌는 것은, “왜 이렇게 예민하냐”라는 말 안에도 예민함이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그가 정말 대범하고 무던했으면 저보고 예민하다는 말을 할 필요조차 없었겠지요.
그래서! 스스로의 예민함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떻게 활용하느냐.
이것이 우리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