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왔는가 생각해보면, ‘열심히’에서 막힌다. 참 열심히도 살았다. 그냥 열심히. 주어지는 것에 휩쓸리며 열심히 헤엄쳤다.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파도는 어느 새 가까이 왔고, 익사하지 않으려면 허우적대며 그 파도를 넘겨야 했다. 눈을 뜨니 삶의 파도는 이미 몰아치고 있었다. 내 유년시절의 기억은 3살때부터 시작된다. 2호선 봉천역에서 출발하는 달동네 마을버스가 간신히 닿는 골목길, 네 번째 … Read more
친구와 산길을 걷다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봐 닉, 글을 쓰는데 항상 감정을 가득 담아서 풀어내면 내 맘이 좀 후련해질 줄 알았어. 근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 오히려 감정이 쌓일 때가 많아.” 나는 친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커서가 깜빡이는 빈 메모장은 내게 어떤 글을 쓰면 좋다고 단 한 번도 일러주지 않았다. … Read more
첫눈이 찾아왔다. 11월 30일 겨울의 초입에. 이름에 걸맞듯 첫 눈에 반할 정도로 아름답길 바랐지만 그 기대와는 반대로 내 첫눈은 초라하리만치 희미했다. 비좁은 사무실의 가장 나쁜 자리, 출입문에 딱 붙은 자리에 앉은 나는 희끄무레한 첫눈의 움직임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아도 하늘은 보이지 않고 장벽같은 이웃 건물만 답답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