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마지막

2월은 짧다.30일이 넘는 날짜를 살다가 28일까지만 사는 것은 조금 손해보는 느낌이다. 겨우 두세 날 가지고 무얼 그러나 싶지만 갑자기 시간이 빠르게 앞당겨지는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든다. 벌써 두 달이 지나간 2023년, 머리속에는 하고 싶은 것들이 맴돈다. 남들은 새해를 맞아 버킷리스트를 정리하곤 하는데 나는 그런 정리를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꼭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 더 읽기

엄마도 찾지 못한 것

엄마는 못 찾는 것이 없었다.서랍 깊숙이 넣어 놓은 내복도장농 깊숙이 넣어 뒀던 앨범도, 엄마한테 찾아달라면아무리 꽁꽁 숨겨둔 것도순식간에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그런 엄마도 못 찾는 게 있었다. 그건아들래미의 고민아들래미의 인생엄마도 그거만은어쩔 도리가 없었다. 훌쩍 주름진 아들래미는엄마 앞에서 눈물을 떨궜지만엄마의 슬픈 주름 앞에서 아들래미는그 이상 슬퍼할 수 없었다.

진짜

구겨진 거울에비친 게누군지모르겠어 손바닥을 얼굴에다이리저리 당겨보고손가락을 입속에다양 쪽으로 당겨보니 행복해 보여서나가려고 했는데그렇게는 싫었어 눅눅한 집안공기허리춤에 얹어놓고풀 죽은 양 손바닥주머니에 넣어놓고 하늘에 무지개가행복해 보이길래고개 푹 숙였는데 맑게 고인 빗물에비친 건다름아닌진짜 나

위화감

견디기 어려운 위화감이 오랜만에 나를 보고 씨익 웃었다. 이 녀석이 또다시 찾아오리라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지만 막상 마주치면 갈피를 잃는다. 마치 강 건너에 삼삼오오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기분과도 같았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내 옆에는 쓰다 만 메모장과 굴러다니는 비닐봉지 정도만 있었을 뿐이다. 별 수 없이 고개를 들어 강 건너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인간관계가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