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노숙자 (정호승 – 김밥을 먹으며)

집 앞에 기다리던 택배가 왔는데, 그 안에 슬픔이 가득 들어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과연 그 상자를 열어야 할지 의문이 든다. 정호승 시인의 시집 ‘슬픔이 택배로 왔다’가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필연 시인의 이름 석 자가 아니라 그 깔깔한 느낌의 제목 때문이었다. 누구나 기다리는 택배 속, 누구도 기다리지 않는 슬픔이 들었다. 슬픔이 든 택배 앞에서, 나는 어떤 … Read more

중력을 거스르다

운동을 하면서 깨달은 것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 보면 밑이 빠질 정도로 힘들 때가 많다. 길다란 바벨은 아무것도 매달지 않아도 충분히 무겁다. 하지만 거기에 중량판까지 매달고 중력을 거슬러 운동을 한다. 그렇게 바벨을 올렸다 내렸다 하다보면 그냥 뒤로 내던져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맥이 빠지게도, 그렇게 무거운 운동 한 번 한다고 뭔가 바뀌는 건 별로 … Read more

그림만 봐도 이해될 정도라는 말은

나는 연구자가 아닌 직원으로서 대학에서 일을 하고 있다. 아무리 직원 입장으로 대학에서 일을 하지만 자꾸 해묵은 대학원의 추억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세상 자신감 넘치는 햇병아리 학부생들과 겸손 그 자체인 랩노예 대학원생들의 대조되는 생활을 바라보고 있으면 만감이 교차한다. 학부라는 울타리는 세상의 풍파를 막아주지만 그것도 졸업 전까지다. 대학원생이 되는 순간 울타리를 벗어나 자신의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