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2012년부터 손세차 용품을 구매하고 지금까지 줄곧 손세차를 하고 있다. 손세차는 재밌다. 주말 새벽, 더러워진 차를 깨끗하게 만들며 집중하면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것 같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손세차에 관심은 있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처음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 그들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그냥 내가 재밌게 즐기는 일이기도 해서 처음으로 글을 써본다.
지나치게 고생스럽지 않기 위해서 몇 개의 규칙을 지키고 있다.
- 100점 만점에 70점이면 충분하다.
100점을 만들려면 한 3년 타다가 광택집에 디테일링을 맡기자. - 용품에 집착하지 않는다.
생각보다 필요한 게 많지 않다. 그리고 용품이 늘면 몸이 힘들다. - 어쩔 수 없을 땐 자동세차도 이용한다.
한겨울에 손세차 하는 건 고통스럽다. 차보다 사람이 먼저다.
뭐그렇게까지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나름 즐겁게 손세차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0. 용품 준비
필수로 필요한 용품은 별 거 없다.
- 세차 버킷 + 그릿가드.
적당한 크기로 준비. 써보니 베이직한 원통형이 좋았다. - 워시미트 1개.
괜히 양모 사면 빠지고 그래서 그냥 극세사 워시미트로. - 드라잉 타월 큰 것 1(+1)장.
싸다고 덥썩 사면 안 되고, 최대한 넓은 걸로 사자. 2장도 좋다. - 막타월 여러 장.
문틀이나 트렁크의 물기를 제거하고, 가끔 유리를 닦을 때 쓴다. - 버핑타월 1장. 물왁스를 바를 때 쓴다.
고체왁스는 1년에 2번 정도만 한다. - 케미컬류: 카샴푸, 물왁스.
이외 컴파운드나 페인트클리너 등은 셀프세차에 적응되면 산다.
이 정도를 구매하면 15만원 이내로 구매가 가능할 것이다. 물론 좋은 제품으로 가면 끝도 없겠지만, 지나치게 저렴하지 않고 적당히 인기있는 제품으로 구매하면 별 탈이 없었다.
케미컬류를 제외하면 한 번 사서 줄창 사용하기 때문에 초기에만 비용이 좀 들고, 갈 수록 물값만 든다.
1. 세차 준비
세차장에 방문하면 아래 사진처럼 개수대가 있다.
세차 버킷과 그릿가드, 그리고 워시미트를 들고 개수대로 간다.
개수대에서 워시미트를 한 번 헹구고, 버킷의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버킷도 한 번 헹군다.
그리고 버킷에 물을 받는다. 버킷을 위한 호스가 없다면 보통 개수대에 버킷이 안 들어갈 것이다.
이 때는 비치된 바가지를 가지고 물을 부어 채운다.
3/4 정도 높이까지.
사진에 막대기같이 생긴 것은 디테일링용 브러쉬이다. 굳이 안 사도 된다.
물을 받아 온 버킷에 카샴푸를 넣는다. 콸콸 넣을 필요는 없고, 뚜껑에 두 번정도 채워서 부어주면 된다.
나는 귀찮아서 그냥 대충 넣는다. 쪼르륵 쪼르륵 두 번.
그리고 잘 휘저어서 거품을 내 준다.
그러면 세차 준비 끝이다.
2. 고압수 뿌리기
고압수를 뿌리기 전은 대충 아래와 같이 얼룩덜룩하고, 벌레도 많이 붙어있는 상태다.
이제 고압수로 표면에 들러붙어있는 먼지나 이물질을 한 번 씻어준다.
한 번의 고압수로 완전히 깨끗해지지 않는다.
시간은 기본 시간에서 1회 ~ 2회 정도 연장하면 충분하다. (내가 가는 곳은 이러면 한 4분 되는 것 같다.)
고압수를 뿌릴 때는 고무 호스가 차체에 최대한 닿지 않게 하면서, 구석구석 잘 뿌려준다.
그릴에는 대놓고 뿌리지 않는 것이 좋다. (라디에이터 냉각핀이 구부러질 수 있음)
그보단 좌우로 비스듬히 뿌려주거나 위에 노즐을 대고 바닥 방향으로 뿌려주는 것이 좋았다.
아래 그림은 한 번 돌면서 물세척을 끝낸 결과.
100%는 아니어도 벌레가 많이 없어졌다.
3. 미트질 (워시미트로 세척하기)
고압수 세척이 끝났으면 더 이상 기계에 돈을 넣지 말고, 미트질을 한다.
미트질은 아까 버킷에 담궈두어 세제를 듬뿍 머금은 미트를 이용해 차체를 가볍게 닦아주는 작업이다.
때를 밀 때처럼 힘을 세게 줄 필요는 없고, 차체에 붙은 얼룩이나 찌든때가 가볍게 벗겨질 수 있도록 문질문질 해준다고 생각하면 좋다.
여기서 과한 힘을 주면 잔 스크래치가 나기 딱 좋으니, 힘은 적당히 준다.
미트질은 차의 길이 방향으로, 한 방향으로만 문지른다. 사방팔방 십자를 그리거나 원을 그리면 마찬가지로 잔 스크래치가 난다. (스월Swirl 마크라고 한다.)
땀이 너무 나서 미트질 하는 사진을 못 찍었는데, 대충 이런 느낌으로 된다.
주유구 커버까지 열어서 닦았다. 안쪽에는 물이 조금 묻어도 괜찮다. 그리고… 아까 그 디테일링 브러시의 용도는..
환자나 한다는 엠블럼 청소. 이외에도 독일차같이 휠 분진이 많이 나오는 차들의 휠 사이사이를 닦아줄 때도 디테일링 브러시를 사용한다.
미트질을 마치면, 한번 더 고압수로 거품을 모두 씻어내 준다. 마찬가지로 3~4분 정도 걸린다.
4. 건조
미트질 후 거품을 모두 씻어내면 아래와 같이 된다. 벌써 광이 난다.
이제 차를 드라잉 존으로 옮겨서 물기를 닦아낸다. 이 때부터 에어건으로 막 불어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참 시끄럽고 효과도 별로 없다. 에어건은 면이 아니라 틈을 불어낼 때 써야 좋다.
막 헹궈낸 차는 드라잉 타월을 이용한다. 아래 크기 정도면 중형차 한 대분을 닦아낼 수 있다.
드라잉 타월은 문지르기보단 양쪽 끝을 잡고 한 방향으로 당긴다는 느낌으로 움직이면 된다.
열심히 외판을 닦아내고, 트렁크와 문도 모두 열어 틈에 있는 물기를 닦아준다.
문틈에는 아래처럼 물이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막타월이 필요하다. 막타월을 가지고 살살 물기를 닦아준다.
5. 왁스작업 (물왁스만)
앞서 1년에 두 번만 고체왁스를 올린다고 했다. 물론 고체왁스를 올리면 정말 뿌듯하고 결과물도 좋다.
하지만 시간을 아끼고 적당히 광을 내는 데는 물왁스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떤 물왁스가 좋냐, 는 잘 모르겠다. 어떤 건 성능이 좋은데 잘 안 닦이고, 어떤 건 향이 좋은데 너무 물 같아서 잘 적용되는 건가 싶다. 후기를 보고 원하는 것을 구매하자.
버핑타월을 한두 번 접어 물왁스를 한 번만 뿌려주고, 문지를 면에 물왁스를 얇게 뿌려준다.
그런 뒤 미트질을 할 때처럼 한 방향으로 얼룩이 사라질 때까지 버핑타월을 움직여준다.
마찬가지로 너무 더워서 사진은 이거 한 장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추가.
6. 완료
이제 다 끝났다. 마지막으로 버킷을 헹구고 타월, 미트 등을 한번씩 손빨래해준다.
사실 이게 제일 귀찮다.
아래는 세차 결과물. 봐줄만 하다.
7. 여담 – 케미컬류
다른 건 아니고, 케미컬류중에 꽤 쓸만한 것들이 있다.
1) 버그 클리너 (알칼리성 약제)
사진에 아무 상표명이 없는 이유는 4L짜리를 사서 소분했기 때문이다. 여름에 장거리 야간주행을 하면 벌레 시체가 거짓말 안 하고 1만마리 이상 붙는다. 그걸 빠르게 녹여낼 수 있는 약제다.
벌레가 붙은 곳에 아래와 같이 분무하고, 5분 정도 둔 뒤 고압수를 뿌려주면 벌레가 쉽게 떨어져 나간다.
2) 철분제거제
브레이크 분진이 붙어 휠이 노랗게 되거나, 차체에 녹처럼 박히는 철분을 제거할 때 쓴다.
파마약같은 냄새가 나고, 녹에 닿으면 보라색으로 변한다.
냄새가 진짜 별로라서 조심하자. 몸에도 안 좋다.
이것도 통만 빌렸고 4L짜리를 소분해서 쓰고 있다.
휠에 뿌리면 아래처럼 보라색 눈물을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