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카 들이기 – 2. 이왕이면

1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10년 이상 된 차량은 손 볼 곳이 많습니다.

차의 근본적 목적은 잘 달리고 잘 서는 것입니다.
때문에 엔진을 포함한 구동계에 이상은 없는지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나이를 먹듯이 차도 시간이 지나면 노후화되면서 하나 둘 이상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번에 중고차 구입을 위해 알아본 차들도 그렇습니다.

1. 그랜저 TG 05년식 L330 탑 메모리팩, 약 8만km 주행, 400만원대 중반

15년된 차량이 8만km밖에 주행하지 않았다니, 분명 상태가 좋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곧바로 딜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방문하여 차량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잠시, ‘상품화 과정’ 이라는 이유로 매장 방문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등록된지 1주 이상이 지났음에도 상품화가 끝나지 않았던 셈입니다.
이유를 물으니 ‘사이드미러가 고장났는데 차량이 오래되어 부품수급이 되지 않아서 오래 걸린다’ 고 하였습니다.
예상치 못한 문제. 오래된 차는 부품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상품화가 끝나면 연락을 달라고 당부를 하였습니다.
딜러는 자신이 기억하기 위해 문자를 남겨놓으라고 했지요.

하지만 귀찮아하는 말투에서 이미 연락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2. 그랜저 TG 05년식 L330 탑 메모리팩, 약 20만km 주행, 200만원대 후반

15년 된 중고차가 20만km 정도 달렸다면, 정상적인 주행거리이지요.

더구나 이전에 알아보았던 8만km 주행한 차량에 비해서 가격도 저렴했습니다.
곧바로 딜러샵 방문을 결정하였습니다. 딜러샵까지는 기차를 타고 몇 시간 이동해야 하는 상황.
상품 설명으로 올라온 사진을 보던 찰나, 이상한 부분을 발견합니다.
오른쪽 뒷바퀴 휠하우스 부분이 까맣게 변색되어 있었고 우툴두툴해 보였습니다.

딜러에게 추가적인 사진을 요청하였는데 우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녹이 올라온 것이었죠.

딜러는 녹을 감추기 위해서 두껍게 터치업을 해 두었습니다.

아무리 300만원 언저리 차량이더라도 녹이 있는 것은 좋지 않아, 구매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3. K7 VG 10년식 VG350, 약 14만km 주행, 700만원대 중반

아예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차령 10년 이내, 최대 1,000만원까지 보기로 했지요.
이왕이면 손 댈 일이 별로 없는 차라면 더 좋구요.

결국 이렇게 ‘이왕이면’ 마법에 걸려 K7 초기형까지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알아본 트림은 3500cc 노블레스 프리미엄. 즉 ‘풀옵’ 으로 요즘 차량들과 비교해도 구성이 부족하지 않은 트림입니다.

굳이 단점이라 하면 1천만원 언저리의 비싼(?) 가격과 형편없는 연비 정도가 되겠습니다.

마침 전주에 14만km정도 주행한 10년식 차량이 등록되어 딜러와 연락을 하고 기차로 이동했습니다.
전주역에 도착해서 딜러에게 한번 더 연락을 했는데, 대뜸 “차에 흠집이 많으니 감안하고 보시라”는게 아니겠어요.
얼마나 흠집이 심하길래 저런 얘기를 하나..생각하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매장이 참 외진 곳에 있어서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한참 걸어 도착했습니다.
차량 상태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조향을 담당하는 긴 바 (명칭을 모르겠네요)의 차체부분 부츠 하부에 누유가 있었고, 왼쪽 앞휀더의 휠하우스 라인 부분에 녹이 있었습니다.

이 녹은 누군가 인지했던 모양인지 붓페인트로 대충 가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왼쪽 앞문에는 덴트로 펼 수 있을지 의심이 갈 정도로 큰 문콕이 두 개 있었습니다.

차량 전체에 걸쳐 도색층까지 파인 흠집이 있었습니다.
또한 치명적이었던 것은 트렁크 아래쪽 스페어타이어 부분에 물이 차 있었다는 것입니다. 딜러는 단지 세차하다가 물이 스며들어간 것이라고 했지만, 믿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올라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매장이 너무 외진데다가 습도와 온도 모두 높은 날이어서 고생 꽤나 했습니다.

포기하긴 이르다

세 대의 차량을 알아봤고 구매를 실패했지만 포기하기에는 이릅니다.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 원하는 매물이 올라오기를 다시 기다렸고, 결국 상한선인 1,000만원에 올라온 VG350 노블레스 프리미엄 모델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세금과 부대비용 등을 합쳐 거의 1,2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망설이게 됩니다. 머릿속에서는 세금과 보험료, 기름값 등을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중고차, 사기 참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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