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서로 뜻이 맞는다 여겨 이어지고 결국 뜻이 달랐음을 깨달아 끊어지는 과정 사이 어딘가.
인간사 만남과 헤어짐은 연인 사이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도처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흔한 일이지만, 그 주인공이 되면 결코 쉽고 편안하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관계는 삶의 흐름과 그 맥을 같이 한다. 건강한 삶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 속에 얽혀 있는 관계 또한 건강해야 한다.
한 사람을 둘러싼 수많은 관계는 각각이 무거운 장바구니를 나누어 드는 것과 같다. 혼자서는 결코 들 수 없는 무게의 장바구니를 한쪽씩 둘이 나누어 든다. 너무나도 무거운 장바구니 때문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 때 갑자기 툭, 상대방이 손잡이 끈을 놓아버린다. 상대방이 손을 놓은 이유가 무엇이든, 그 관계가 버거웠다는 것 하나만은 명확히 알 수 있다.
장바구니는 대롱거리며 한 쪽 입이 벌어지고, 안에 든 내용물이 바닥에 데구르르 굴러다닌다. 완전히 더러워져버린 물건은 어쩔 수 없지만 되는 대로 주워담아 얼추 수습한다. 다시 한 쪽 끈을 상대에게 건네지만, 그는 손만 걸친 채 더 이상 팔에 힘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차갑게 말한다, 힘드니까 끌고 가든 들고 가든 마음대로 하라고.
차라리 그 장바구니가 진짜 장바구니라면 낫다. 무겁더라도 집까지 어떻게든 돌아가면 성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계라는 장바구니는 그게 잘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그 장바구니 안에 가득 담긴 물건은 추억이기 때문이다. 추억은 쉽게 버릴 수 없다. 이미 상대방이 포기해 버린 한쪽 끈을 어떻게든 부여잡아 그 속에 들어있는 소중한 추억을 지키고 싶다.
나는 몇 개의 장바구니를 매달고 걸어가는가. 거기에 담긴 추억은 진정 추억인가, 아니면 그럴 듯하게 포장된 미련인가. 상대방이 이미 예전에 놓았던 관계를 나 혼자 질질 끌고가고 있지는 않은가. 이런 고민이 있다면 과감하지만 아픈 결단이 필요하다. 대롱거리는 장바구니를 거머쥔 손에 힘을 빼면 말 그대로 그 안에 가득 담긴 아름다웠던 추억은 모두 흩어져 잊혀질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건 손에 힘을 빼고 놓아버려야 손아귀도 쉴 시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앞으로 건강한 관계를 다시 도모하고 싶다면 과감히 놓자.
그리고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