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기 어려운 위화감이 오랜만에 나를 보고 씨익 웃었다. 이 녀석이 또다시 찾아오리라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지만 막상 마주치면 갈피를 잃는다. 마치 강 건너에 삼삼오오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기분과도 같았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내 옆에는 쓰다 만 메모장과 굴러다니는 비닐봉지 정도만 있었을 뿐이다. 별 수 없이 고개를 들어 강 건너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인간관계가 뜻대로 풀리는 경우가 적었다. 가족들과도 매일의 관계가 새로이 다가오는 마당에 타인과 ‘잘’ 살아가는 것은 그래서 더 어려운 것 같다. 살다 보면 누구나 다른 이들에게 호감이 생기기도 하고, 미움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관계가 막 시작되는 시점에서, 타인에 대한 내 기본 태도는 뭘까. 호감일까. 미움일까. 내 마음 속에서 인간관계라는 단어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단어는 막막함이다. 왜 막막할까. 잘 하고 싶어서. 하지만 뜻대로 풀리는 경우가 적었다. 그래서 밉다.
그런데 좀 억울하다. 호감을 표현했다가 된서리를 맞고, 미움을 표현했다가도 된서리를 맞았다. 호감도 미움도 표현하지 않는 것이 바로 정답일까? 하지만 좀 이상하다. 그것이 정녕 답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내 마음을 알 수 없고, 그래서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매일 보던 사람들이 쌀쌀맞게 굴었다. 하루이틀 된 일은 아니다. 생각보다 오래된 일상. 그렇지만 명치에 송곳을 찔러넣는 것처럼, 커다란 생선가시가 목구멍에 걸린 것처럼 아픈 건 일상이 아니다. 아파서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나와는 웃지 않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또 막막했다.
내가 약한 것일까? 사람들은 별 것 아니라고, 넘기면 된다고 쉽게 말했다. 그 덕에 나는 별 거 아닌 것을 어렵게 여기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고것 참 대단하다. 쉽게 넘기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 과연 남에게 조언을 가장한 주먹을 내지를 만하다. 정작 내가 보기엔 그들 또한 자신의 문제들과 뒤섞인 곰솥 속에서 천천히 끓여지고 있는데 말이다.
고것 참 재미있다,
견디기 어려운 위화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