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 첫 출근 때에는 몰랐던 사실이 있다. 회사가 원하는 건 나의 노동력이 아니라 나의 정신력이라는 것. 숱하게 반복되는 당파싸움 끝엔 미련한 결정이 내려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런 미련함들은 스멀스멀 모여 진흙탕을 이뤘다. 질척한 진흙에 빠져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는 상황. 목숨줄이라도 잡으려고 진흙탕 속에서 하루종일 몸부림치다 보면 진이 다 빠진 나를 발견했다. 응원을 가장한 가스라이팅이 들려왔다. 어디든 똑같다고,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 약한 거라고, 버티며 노력하다 보면 언젠간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부당거래 아닌가. 무책임하지 않은가. 200만원짜리에게 600만원치 책임감을 떠넘기는 것은. 과연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알랑방귀를 뀌며 그들에게 붙어먹는 것이 쉬운 길이었다. 그러나 쉽다는 이유만으로 그 부당거래에 응해야 할 명분은 충분치 않았다. 나를 온전히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온전히 지킨다라, 멋진 생각이긴 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내려면 우선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몸을 쓰는 일이든, 생각을 하는 일이든, 일은 정신력이 아니라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으면 그걸로 된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집중할 것은 개인의 성장이다. 나는 능동적인 성장이 생존 그 자체라 믿는다. 성장은 진취적 사고와 행동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진취적인 생각과 행동은 고되다.
반대로 수동적 사고와 행동은 당장 편하다. 흔히 회사에서는 조직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라는 식의 태도를 요구한다. 큰 고민 없이 거창해보일 수 있는 편하고 수동적인 사고방식이다. 이런 사고와 여기서 비롯된 행동은 개인을 작은 존재로 절하하고 수동적 태도를 깃들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는 조직 속의 작은 존재가 아니다. 세상에 비해 몸집은 작을지언정 결코 우리는 작은 생각과 작은 행동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진흙탕이 나를 삼키도록 가만 내버려두지 않기 위해
나는 조금 고되더라도 이기적인 생존자가 되기로 결정했다.
내가 잘 하는 것을 발굴하기.
내가 못 하는 건 과감히 거절하기.
내가 받는 대가만큼만 책임지기.
세상의 일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나의 일부임을 마음에 품고
나를 지키는 이기적 생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