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을 거스르다

운동을 하면서 깨달은 것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 보면 밑이 빠질 정도로 힘들 때가 많다. 길다란 바벨은 아무것도 매달지 않아도 충분히 무겁다. 하지만 거기에 중량판까지 매달고 중력을 거슬러 운동을 한다. 그렇게 바벨을 올렸다 내렸다 하다보면 그냥 뒤로 내던져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맥이 빠지게도, 그렇게 무거운 운동 한 번 한다고 뭔가 바뀌는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턱끝을 지나 혀끝까지 숨이 차오를만큼 힘들게 운동을 하고 나면 다음날 아침 견디기 힘든 근육통이 찾아온다. 끊어질 것 같은 아픔 때문에 팔조차 잘 올라가지 않지만 대충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본다.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 어제의 똥배는 오늘도 똥배여서 좌절한다. 그렇지만 뭐에 홀린듯 또 다시 헬스장에 간다. 미쳤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별 차이가 없다. 수치화하긴 좀 그렇지만, 많이 차이나야 0.1% 정도 아닐까 싶다. 그만큼 어제와 오늘은 똑같다고 해도 좋다. 그런데 분명 한 달 전의 나를 떠올려 보면 지금과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눈을 의심해 보아도 수치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 체지방은 줄고 골격근량과 체수분이 늘어났다.

작년 7월 말쯤 시작한 헬스장 운동에 재미를 붙여 어느덧 해를 넘겼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맨몸으로 매달리지도 못했던 턱걸이를 억지로라도 두 개는 할 수 있게 되었다. 간신히 500m나 뛸까말까 했던 달리기는 6km 마라톤을 거쳐 이제는 실력을 올리기 위해 인터벌을 도전할 정도로 재미를 붙였다. 그렇게 뛰어온 6개월 남짓한 시간동안 운동이 삶에 녹아들어 습관이 되었다. 허리는 쏙 들어갔고 어깨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과연 업무는 언제나 피곤하고,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은 언제나 나를 안팎으로 괴롭힌다. 그럼에도 삶에 즐거움이 차오르게 된 것은 규칙적인 습관과 건강해진 몸 덕이다. 한두 시간 마음을 비우고 몸을 내던질 수 있는 규칙-루틴-이 생긴 덕에 일상을 조금 더 아끼게 되었다.

회사에서 C고 D면 좀 어때,
내 인생 속 나는 S급인데.
일이 되든 안 되든, 어찌 되었든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비울 수 있게 되었다. 괄목할만한 발전이다.

시간을 조금 되돌려 일 년, 이 년 전의 나를 떠올려보면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그 때를 떠올리는 것은 괴롭고, 다시 그 때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그런 의미에서 한참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정말 많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하지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별로 다르지 않다. 가만히 있는 것과 뭐라도 하는 것은 천지차이, 0에 0을 더하면 0이지만 0에 0.1을 더하면 뭐라도 남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중력을 거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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